# 무거운 마음 내리기 3
― 아이를 향한 첫 질문 ―
조용하던 센터가 어느새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졌습니다.
다들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,
그런데 정작 책임자인 나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.
그 순간, 가슴 안쪽이 싸늘해졌습니다.
아이 몇 명이 무인마켓에서 물건을 그냥 들고 나왔다는 이야기.
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.
“그냥 들고 나오기엔… 나이가 좀 있는 아이들인데요.”
누군가 말했습니다.
마침내 마켓 주인 사장님이 신고를 했고,
보호자를 불러 이야기하고, 책임을 묻고, 배상도 이루어졌습니다.
이미 모든 절차는 마무리된 상황이었지요.
그리고 나는…
그 모든 일이 지나간 후에야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.
무언가가 마음 깊숙한 곳에서 톡 하고 터졌습니다.
섭섭함인지, 책임감인지 모를 한숨이 조용히 배어 나왔습니다.
“그래도… 아이를 데려다가 상담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?”
주변에서 들리는 사려 깊은 목소리.
진심인지, 그저 형식적인 말인지…
그 무거운 공기 속에서 분간하기조차 어렵습니다.
괜히 눈을 돌리며 아이들 표정을 살펴봅니다.
그들도 무언가를 눈치채고 있었습니다.
말은 없지만, 그들의 눈빛은 말하고 있었습니다.
“선생님… 이번엔 어떻게 하실 거예요?”
나는 늘 좋은 사람,
항상 너그러운 선생님이고 싶었습니다.
문제 행동 앞에서도
“괜찮아. 괜찮아.”
습관처럼 내뱉던 말.
하지만 이번엔…
‘괜찮다’는 말 한마디로 덮을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.
모두가 내 반응을 기다리는 듯한 정적.
그 안에서 나는 천천히 아이에게 다가갔습니다.
그리고 조용히, 조심스럽게 묻습니다.
“00아… 용돈이 필요했니? ^^”
그 한마디는
꾸짖음이 아닌,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꺼낸 말이었습니다.
작은 행동 뒤에는 언제나 말 못 할 사연과 결핍이 숨어 있습니다.
아이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,
그 마음의 바닥을 먼저 들여다보는 일.
그것이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진짜 어른의 자리가 아닐까요.
#마음내리기 3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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